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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안 가는 고전, 이렇게 읽자

보면 좋겠지만 손이 안 가는 고전, 이렇게 읽자
 
출세지향적 고전추천 도서가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전, 어떻게 읽을까?>
 
오마이뉴스|16.10.28 11:21|이준수(leejs12345)
 
 
"미국에서 왜 노벨상을 많이 받는지 아십니까?"
"시카고 대학, 로버트 허친스 총장, 고전 읽기 프로그램!"
 
나는 이제 미국하고 노벨상 이야기만 나오면 또 고전 읽으라는 소리구나 하고 알아챈다. 교대 학부 시절부터 신규교사 연수, 1급 정교사 연수, 교장선생님들(!) 훈화 말씀 레퍼토리에 고전 권유가 빠진 적이 없었다. 그 덕택에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있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꺼내서 집에 돌아왔는데 완독 하지 못했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부담스러움으로 중간 지점에 책갈피를 박아 넣었다.
 
거부감의 근원은 서술방식에 있었다. 왜냐하면 인문학으로 성공하고, 노벨상 타고, 위인이 된 사람이 많으니 너도 그렇게 꼭 해라! 같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못난 사람의 열등감으로 문장 받아먹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40만 독자가 선택한 작품이니 이미 대중성은 검증된 것인데, 이상하게도 문맥과 문맥 사이를 넘어갈 때마다 작가와 나의 시선이 어긋나는 기분이 들었다. 전설적인 인물들의 사례들을 나열해놓고 그 모든 업적들을 가능하게 한 유일무이한 방법이 인문학 고전 읽기니까 반드시 따라 하세요라니. 어떠한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외치는 화법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중략)
 
세월의 시련을 견뎌낸 책을 읽으라는 큰 메시지에 동의하면서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어디 말이 쉽지 중간 기말고사 준비하는 학생이나 야근하는 직장인이 까다로운 고전을 마냥 붙잡고 있기도 어렵지 않던가? 또 인문고전만 파고 있는 전공자들의 삶은 왜 궁핍한가?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책은 덮었지만 "고전이란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면서도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계속 캥겨 틈틈이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 고전을 사보곤 했다.
 
무턱대고 시작한 독서는 역시나 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어릴 적 세계문학 동화에서 재밌게 읽은 '걸리버 여행기'에 도전했는데 30쪽짜리 분량은 400쪽으로 불어나 있었고,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다는 대목에서도 그 배경을 모르니 현실을 까는 통쾌함이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남긴 서평을 참고하며, 군데군데 메모를 하면서 천천히 읽었다. 그제야 18세기 영국을 지배했던 토리당(보수)과 휘그당(진보)의 대결, 성공회와 가톨릭의 미묘한 갈등이 보였다. 퍼즐을 짜 맞추듯 하나하나 문맥을 씹어가는 맛이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를 독파한 기쁨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로빈슨 크루소'에 도전하고 싶은 동기를 불러일으켰고, 앞선 책에서 시대상을 미리 공부한 덕에 훨씬 편하게 즐겼다.
 
(중략)
 
고전은 골치 아프다는 편견이 깨지고 나서도 출세지향적 고전 추천도서류에 대한 반감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내가 <고전, 어떻게 읽을까?>를 찾아본 건 저자의 영향이 컸다. 김경집씨를 <엄마 인문학>을 통해 처음 만났다. 수컷들의 혁명은 피비린내가 나니까 엄마들이 좀 나서서 행복하게 인문학을 공부하자는 주장이 신선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엄마들의 혁명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나 뭐라나. 여하튼 고전 읽기를 개인의 성취와 영광을 이룩하는 수단으로 다루기보다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원동력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
 
<고전, 어떻게 읽을까?>도 실망스럽지 않다. 저자는 삶의 강을 건너는 데 크고 멋진 배가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힘들고 매운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나만의 배를 건조해야 하는데 고전이 나만의 배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줄 거라고 일러준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모양도 크기도 똑같은 배를 누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 수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교육은 효율 좋은 로봇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자아를 발아시키지는 못한다. 삶의 근원적 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지혜에서 나온다." - 서문 중에서
 
저자가 글을 쓴 이유는 고전의 세계가 너무 묵직하고 다양해서 도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서이다. 성년이 된 뒤에도 자기 배를 만들지 못하여 이리저리 표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딱히 대상을 청소년으로 한정 지을 까닭은 없다.
 
지은이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높다. 대가의 눈으로 삶과 세상을 읽고,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해법을 찾는 독서이길 바란다. 불편하고 더디겠지만 고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하려면 그리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각 작품마다 독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시의 시간과 공간, 사회적 상황이 이정표처럼 소개되어 있다. 설명도 최대한 간추리고 간추려서 최소한의 메시지만 주려고 노력한 티가 났다. 재밌는 사실은 어쩌다 작품 해설이 길어지는 대목에서 어김없이 "청소년들이여, 대가들의 해석에 기대지 말고 그대들의 삶에 비추어 보라"와 같은 당부의 말이 끼어있다는 점이다.
 
걱정 많은 선생님이 제자를 염려하는 듯한 문장들이 엄정하고 따뜻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루소의 '에밀'로 끝난다. 햄릿은 우유부단하지 않다든지, 해리포터는 현대판 고전으로 대우해야 한다다든지 도발적이고 이색적인 화두들이 던져져 있어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후략)
 
 
이준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방으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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