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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통해 우리 안의 전태일을 만났습니다

::: 『노동인권수업을 시작합니다』 머리말





수업을 통해 우리 안의 전태일을 만났습니다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책 출간을 제안받았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벌써 50년이 되었구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좋은 기획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한편에선 이렇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내가 맡아도 될까, 노동교육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학교 현장이 별로 없을 텐데 책으로 엮을 정도가 될까, 하는 부담과 걱정도 들었습니다.


저는 초등학생일 때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모가 선물한 산하 어린이 시리즈 『전태일』을 읽고 전태일을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이모도 “내게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전태일의 글에 가슴이 아팠던 사람 중 하나였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노동자이자 교사로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니 저 역시 그의 친구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전태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학계와 교육계에서 노동교육을 중요한 의제로 다룬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산재 사고 등 큰 이슈가 터지면 공론장에 잠깐 떠올랐다가 곧 사라졌습니다. 정보의 공유 속도가 빠른 요즘 세대는 악플보다 무플을 더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교육에 대해서는 악플이든 무플이든 달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노동교육의 필요성과 의미를 스스로에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노동교육을 해서는 안 돼!’라는 뚜렷한 외부의 억압이 있어서라기보다, ‘노동교육을 왜 해야 하지?’라는 내면의 질문에 우선 답을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쓴 다섯 명의 교사는 이 질문에 대해 저마다 생각하는 답과 그 답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글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며 실천한 수업의 생생한 모습도 담았습니다.



「책읽기와 사회참여수업으로 배우는 노동인권」에서는 책 읽기 프로젝트와 동아리 활동에서 노동과 관련한 소재를 활용한 수업을 소개합니다. 사회참여 프로젝트를 통해 전태일의 정신이 오늘날 참여하는 시민들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예비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인권 감수성」에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현장에 알맞게 녹이는 유연함과 학생들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볼 수 있습니다. 노동교육을 쉽고 재밌게 느끼도록 하면서도 인지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을 균형감 있게 다룬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볼까?」에서는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잘 변하지 않는 까닭을 고민하고 사회 구조와 언론 환경을 짚어 보는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전태일의 삶을 배우는 데 멈추지 않고 자신과 주변의 노동 환경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성화고 노동인권수업 도전기」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 아이들과 동아리 활동의 일부로 노동인권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했습니다. 수업 참여에 소극적인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을 먹이려는 부모의 얼굴과 겹칩니다.


「삶으로 스며드는 노동인권수업」에서는 ‘동화책과 고등학생의 만남’이라는 의외성을 통해 감수성을 일깨우는 수업에서 시작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업으로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한 명의 아이’가 수업 시간에 눈빛을 빛내는 순간을 보는 것, 아마 모든 교사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다섯 명의 교사는 노동교육을 전국에서 가장 잘하거나 뭔가 특별한 면이 있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여느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하다가 누군가의 매몰찬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호응에 의욕이 마구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고 실망했다가 이 정도면 많이 좋아졌다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교사들이 일상적인 수업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은 까닭은 수업을 통해 우리 안의 전태일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 임금을 받지 못한 아이의 손을 잡고 사장에게 따지러 가는 교사, 잠든 아이를 깨우다 욕을 먹고도 다시 노동인권교육을 하는 교사, 매섭게 추운 날씨에 노동 환경을 조사하겠다며 인터뷰를 다니는 아이들, 산업재해가 친구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한 아이, 뽐내는 리더가 아니라 자신을 먼저 내어 주는 리더가 되겠다는 아이에게서 전태일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또 다른 노동자 태일이, 교사 태일이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노동교육에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질문과 반론, 책 속의 활동지와 교육 자료에 대한 요청이 쏟아지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다섯 명의 저자를 대표하여,

양설



#전태일 #전태일50주기 #노동인권 #노동교육 #청소년노동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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