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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음식이 놓여 있는 테이블로 초대합니다

그림책과 음식이 놓여 있는

테이블로 초대합니다





『그림책 레시피』는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그림책과 함께하는 로푸드 요리 수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읽고, 가열하지 않는 생식 요리인 로푸드(Raw Food)를 실제로 만드는 수업입니다.


『그림책 레시피』는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태어나서 3년 동안 아토피로 무척 고생했습니다. 화학첨가물이나 우유,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밤새 온몸을 긁었습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좋아하지 않았고, 달콤한 빵과 과자, 튀김 같은 자극적인 간식에 길들여 있었습니다. 아무리 “당근이 몸에 좋다.”, “시금치는 몸을 튼튼하게 한다.” 말해도 야채나 과일을 건네면 저만치 달아나거나 입을 휙 돌렸습니다.


결국 채소 먹이기를 포기하고, 아이에게 평소처럼 그림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당근을 무척 좋아하는 토끼가 주인공이었지요. 집 안에 가득 찬 당근 때문에 친구 집을 돌아다니던 토끼가 결국 당근으로 요리를 해서 나누어 먹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나서 아이가 냉장고 안에 있는 당근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엄마, 토끼가 당근이 많아서 우리 집에도 나눠 주고 갔나 봐.”
이때다 싶어 재빨리 대답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당근으로 뭘 해 먹을까?”
“당근 주스?”
“그럴까? 당근에 사과도 넣어 볼까?”


그날 읽었던 『토끼의 당근 당근 당근』 그림책과 아이와 만든 ‘당근 주스’가 그림책 요리 수업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채소와 과일을 더욱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생채식 조리법의 하나로 로푸드를 알았고, 불을 사용하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도 보다 안전하게 요리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림책과 재료를 고르고, 전문가 선생님과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이 보여 주는 ‘멋’과 로푸드 요리의 ‘맛’은 꽤 잘 어울렸습니다. 각 계절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것의 의미나 표현 방식과 연계된 활동을 하고, 부엌으로 자리를 옮겨 그림책의 소재나 주제와 관련된 채소나 과일을 사용하여 요리하는 흐름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림책 요리 수업을 열면서 두 가지 마음을 담았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림책을 안 보는 아이들, 슬쩍 넘기다가 덮어 버리는 아이들에게는 ‘요리’를 통해 다시 그림책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이미 조리되거나 배달된 음식에 익숙해져 신선한 재료 자체나 온전한 요리 과정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글과 그림의 힘을 빌려 건강한 음식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그림책보다 ‘요리’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체로 책 읽는 건 지루해하지만 손으로 요리하고 먹는 걸 좋아해서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어 주면 “요리는 언제 해요? 요리하는 줄 알고 왔는데”라며 투덜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수업 때 보았던 그림책을 다시 찾았다는 소식, 그림책을 보면 같이 만들었던 요리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같이 그림책을 읽고, 요리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가는 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손의 감각과 맛으로 기억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료와 요리는 그림책 장면이나 글로 이어졌습니다.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아 그림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나누어 먹으면서 우리는 가족 혹은 친구가 되었지요. 이제 맛있는 음식과 그림책이 놓여 있는 식탁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그림책 레시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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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의 글




그림책과 요리가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창의적이며 통섭적인 접근입니다. 이 책의 미덕은 언어 학습으로만 좁혀 봐도 넘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씹고 맛본 ‘케일’과 단어장의 ‘케일’은 다릅니다. 내가 실제 해본 ‘버무리다’는 그림책 속 단어 ‘버무리다’와 다르지요. 온몸의 감각을 열어서 배운 말과 글은 장기기억으로 더 쉽게 옮겨집니다. 이렇게 배운 언어는 오래도록 삶과 공부에서 잘 쓰게 되지요.


게다가 침묵 속에 홀로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합니다. 그림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요리를 나누고, 감상을 나눕니다. 그 속에서 글과 말, 이미지와 음식, 몸짓 등 다양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풍성한 대화의 향연입니다.


교육인류학을 공부한 사랑눈 선생님의 내러티브(narrative)를 읽다 보면, 교실에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수업 상황과 아이들의 반응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제가 그렇듯 여러분도 이 책을 따라 봄여름가을겨울을 나고 싶을 거예요.


- 김은하(책과교육연구소 대표, 작가·강사·연구자·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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