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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동문학 대표작을 수업에서 함께 읽기 어렵다면

::: 예스 인터뷰 > 7문 7답

 


한국 아동문학 대표작을 수업에서 함께 읽기 어렵다면


『교실에서 권정생 읽기』 저자 조월례, 엄혜숙, 권미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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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화는 슬프지만 절망적인 것은 없다.”

한국 아동문학의 영원한 고전으로 기억되는 『강아지똥』과 『몽실 언니』의 작가 권정생, 그의 작품은 절망보다는 희망, 눈물보다는 웃음과 해학을 담아내며 시대를 뛰어넘어 큰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자란 교사들도 지금 아이들에게 권정생 작품을 설명하는 일은 점점 어렵다고 한다. “강아지똥처럼 누군가를 위해 거름이 되고 싶지 않다” “나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일은 어리석은 행동 아니냐”는 아이들의 말에 마땅한 해답을 찾기 어려워서다. 영양분은 적지만 맛이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듯 ‘이야기’라는 콘텐츠를 그저 빠르게만 소비하고 마는 아이들. 『교실에서 권정생 읽기』는 이런 아이들과 아동문학의 클래식으로 남을 건강한 작품을 함께 읽자는 데에서 출발했다.


오랫동안 어린이책 문화 관련 활동을 한 조월례 작가, 다양한 그림책을 번역했고 창작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는 엄혜숙 작가, 독서 교육 전문가인 권미숙 작가, 서로 이력이 다른 세 저자가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나요?


조월례: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오랫동안 어린이책 문화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또 권정생 작품이 ‘지금, 여기’에 주는 의미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고요. 저와 엄혜숙 작가는 권정생 선생님을 직접 만났었고, 저는 권정생 작가 생전에 활발하게 교류한 편이었어요. 마치 연애하듯 권정생 선생님과 관련된 일이 있다 하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갔지요. 엄혜숙 작가는 권정생 작품 세계에 관한 연구서를 쓰기도 했어요. 권미숙 작가는 수업에서 권정생 작품을 부지런히 활용했고요.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 함께 집필할 수 있었어요. 세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작품을 고르고, 목차를 짜며 책을 구성하는 일이 고되기도 했어요. 혼자 집필할 때보다 노력이 많이 들었지만 덕분에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좀 더 실용적인, 실질적인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어요.


권정생 선생은 동화, 시, 그림책 등 장르를 넘나들며 뛰어난 작품을 남긴 작가로 꼽혀요. 권정생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엄혜숙: 권정생은 내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게 하는 작가예요. 저는 1987년에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면서 동화 『강아지똥』 을 만났는데요. 아무 쓸모 없이 보이는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만나 꽃을 피우는 귀한 일을 한다는 내용이 내심 방황하며 길을 찾던 내 자신에게 힘을 주었어요. 그 뒤로 『몽실 언니』 『밥데기 죽데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을 읽으면서 전쟁과 분단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권정생 작품을 읽는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는 선생님들도 저마다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도 『강아지똥』, 『몽실 언니』 등 권정생 작가님 작품을 많이 알고 있는지 궁금해요. 『몽실 언니』와 더불어 몇몇 작품들은 시대 배경이 달라 요즘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선 어떻게 권하면 좋을까요?


권미숙: 저학년들은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강아지똥』이나 『훨훨 간다』를 가장 많이 알고 있어요. 중학년은 「짱구네 고추밭 소동」이나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를 많이 읽고요. 『몽실언니』는 두루 잘 알고 있는 작품이더군요. 사실 아이들에게 1980년 이전에 출판된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을 읽히는 일은 힘든 점이 많습니다. 시대 배경도 낯설고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공감도 쉽지 않아요. 그러나 주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른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시대나 사건과 관련한 배경을 풍부한 이야기로 전해주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작품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주제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사고를 확장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에게 ‘권정생’이라는 작가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조월례: 권정생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은 아이도 어른도 할머니도 모두 착하고 따듯하고 인정이 많아요. 섬세한 감정들을 풍부하게 녹여내 그런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지요. 그래서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마음에 온기가 돌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욕심 부리는 내가 보이고, 이기적인 나도 보여요. 무엇보다 흙먼지 같은 존재도 세상에 쓸모 있다고 하니 저는 그 부분에 큰 용기를 얻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힘들 때 언제든 권정생 작품을 읽으라고 하고 싶어요. 그러면 캄캄한 바다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막막할 때도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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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나와 타인과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지, 중요한 정신적 가치를 전달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해요. 권정생 작품을 아이들과 읽어볼까 고민하는 어른에게 먼저 권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엄혜숙: 모든 작품에 의미가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강아지똥』  『오소리네 집 꽃밭』,  『황소아저씨』,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를 읽어보세요. 권정생이 생각한 삶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요. 그림책으로도 나와 있으니 그림과 함께 보며 읽기도 하고, 글맛이 살아 있는 원래의 작품으로도 읽어보면 좋겠어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소년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몽실 언니』를 권하고 싶어요. 한국전쟁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고, 그 힘겨운 고난의 시기를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냈는지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밥데기 죽데기』, 『랑랑별 때때롱』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 작품들은 권정생이 생각한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다루고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너무 많나요? (웃음) 그럼 우선, 『강아지똥』 과 『랑랑별 때때롱』을 읽어보세요. 그러고 나서 흥미가 생기면, 한 작품씩 읽어가면 되지요.


권정생 작품을 읽은 아이들의 반응 중 인상 깊었던 모습을 들려주세요.


권미숙: 『훨훨 간다』는 모든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반복해서 읽으며 좋아합니다. 또 「바닷가 아이들」을 읽고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남한과 북한 지도와 해안선을 진지하게 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 태진이가 바닷길을 통해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떤 경로로 갔을까 유추했지요.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엄마 까투리』를 읽었을 때, 마지막에 엄마가 죽은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무척 안타깝고 슬퍼하던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권정생 작가와 교류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조월례: 제가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80년 초였어요. 지금처럼 어린이책 관련 일을 하는 동료도 많지 않았어요. 외로웠죠. 그래서 책을 보다가 답답하면 그 책을 쓴 작가를 무작정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묻곤 했어요. 『몽실 언니』를 읽고 나서 작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불처럼 일어났어요. 그래서 권정생 작가와 친분이 있는 이오덕 작가에게 물었더니 권정생 작가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좀 기다리래요. 포기가 안 됐죠. 얼마 후에 다시 이오덕 선생님을 졸랐어요. 그랬더니 가서 말 많이 시키지 말고, 너무 오래 있지 말라고 했어요. 청량리에서 기차로 네 시간 반, 안동역에서 다시 택시로 한 시간 가량 들어가 그렇게 새처럼 맑은 권정생 작가를 만났어요. 그 첫 만남 이후에 권정생 작품은 물론, 권정생이라는 이름 석 자가 담긴 글이면 무엇이든 모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욕심 부리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은 작품에서 글에서, 직접 이야기로 들어서 그것이 알게 모르게 좌우명이 되었어요.


권정생 작가 작품에 그림을 그린 화가 인터뷰도 실려 있어요. 한 작가의 작품을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화가마다 스타일이 달라 흥미로웠어요.


엄혜숙: 맞아요. 『훨훨 간다』의 편안하고 담백한 그림을 보면 김용철 화가가 권정생 작품을 읽고 이미지가 그냥 그려졌다고 한 이야기가 와닿아요. 장면을 달리 구상해도 결국 첫 이미지로 돌아온다고요. 시골에서 살았다는 공통분모가 작가와 화가를 이어주고 있기 때문 같아요. 정승각 화가는 몸으로 부딪쳐 영감을 받아들이는 스타일 같아요. 강아지똥이 비 맞는 장면을 그리려고 실제로 비를 맞고 추위를 느낄 때쯤 물감 색을 골랐다든가 『오소리네 집 꽃밭』을 그릴 때 아내에게 오소리 아줌마처럼 몸뻬 바지를 입게 하고 관찰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김환영 화가가 『빼떼기』를 그리기 위해 시골로 거처를 옮겨 8년 동안 닭을 키운 일화는 유명하지요. 김환영 화가도 온몸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이면서 동시에 작품의 정서가 몸에 밸 때까지 끈기 있게 탐구하는 스타일이었던 거예요. 화가마다 여러 차이는 있지만 모두 권정생이 그린 작품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각자 방식은 달랐지만 권정생의 문학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낼 색, 형태, 구도, 즉 이미지를 그려내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던 거고요.


아이에게 권정생 작품을 읽히고 싶은 학부모, 선생님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조월례: 권정생 작품은 당장 성적이 오르게 해주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밝히는 등불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혜숙: 권정생은 이야기가 말에서 글로 정착하던 시기에 활동하던 작가입니다. 우리말의 말맛을 잘 살리고 있지요. 권정생 작품은 여러 주제를 담고 있어요. 권정생 작품을 읽고, 아이가 자기 자신과 자기 주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한국 역사와 사회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권미숙: 권선생님 동화는 천천히 생각하면서 느리게 읽는 작품입니다. 한 번만 읽고 책장을 덮지 말고 두서너 번 읽으며 갈수록 더해가는 울림을 충분히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YES24 인터뷰 전문 http://ch.yes24.com/Article/View/4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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